2011년 10월 27일 목요일

왜 SW가 이슈인가 -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


필자: 김성우, 서울대학교 네트워크보안연구소 박사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동전화 산업의 주도권은 이동통신사업자(이하 이통사)에게 있었다. 이동전화에 사용되는 서비스 하나하나까지 이통사에게 많은 결정권이 주어졌다. 각종 게임이나 음악 등 부가 서비스 제공사들도 소비자보다 이통사의 눈치를 봐야 했고, 그나마 낮은 수익 배분율로 인해 개발 분위기도 그리 높지 않았다. 게다가 엄청나게 비싼 데이터 접속 및 사용요금은 사용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새로운 기능보다는 이용료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접근한 나머지 디자인만 바꾼 휴대전화를 시장에 쏟아 냈다. 공급자 위주의 폐쇄적 독과점 체제였던 것이다.

주도권은 통신사에서 사용자로!
2007 6, 애플은 AT&T를 통해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휴대전화를 출시한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주력으로 하는 애플은 이 같은 기존의 휴대전화 산업 규칙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그렸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비하면 기존 업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로 연결되는 생태계는 소위 너무 구렸다’.

AT&T는 휴대전화용으로 자사 망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애플의 자유에 맡기다시피 하는 과감한 결단을 했다. 이는 사실상 사업의 주도권을 제조사에게 넘기는 것으로 전통의 이통사에게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버라이즌에 이은 만년 2위인 AT&T로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아이폰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폐쇄적 휴대전화를 쓰던 사용자들은 새로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멀티터치와 와이파이가 지원되는 아이폰의 혁신적인 기능에 열광하게 된다. 또한 누구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올릴 수 있게 됐고, 수익의 70%라는 높은 배분율의 앱스토어는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을 감동시켰다. 현재 50만 개가 넘는 앱이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으며, 지금도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의 앱이 제작되고 있다. 아이폰 덕분에 AT&T4년 만에 버라이즌을 턱 밑까지 쫓아오게 되었다.

3년 후 한국(2010 7)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기존 체제에 안주했던 스마트폰을 포함해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의 급격한 추락이 시작됐다. 그나마 일찌감치 스마트폰에 주력했던 대만의 HTC와 여러 운영체제의 휴대폰을 다 준비할 여력이 있었던 삼성전자가 선전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구글의 스마트폰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 갤럭시 시리즈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애플은 경쟁사인 삼성이 스마트폰의 특허와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것을 이유로 법정공방에까지 이르게 된다. 태권V가 마징가Z를 닮았다는 지적에 당시 로봇이라고는 마징가Z밖에 없어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청기 감독의 말처럼, 후발주자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애플입장에서는 자사의 아이디어를 도용 당했다고 판단, 안드로이드를 채용한 삼성전자와 HTC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림 1. 사실 아이폰의 특허소송의 기저에는 태권V와 마징가Z의 그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매커니즘이 동작하고 있다. 태권V가 일본에서 개봉하려 했다면 원작자 나가이 고도 참지 않았을 것이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급하던 구글이 얼마 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휴대전화 생산능력을 갖게 되어 아쉬울 게 크게 없어진 구글이 지금처럼 제조사들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HTC는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지도 않은 MS에 특허 사용료로 매년 수천억 원을 지불하는 데 합의를 하였다. “MS가 노키아를 인수하지 않느냐?”는 미국 월가 발 ‘MS의 인수합병설이 한국 일반인들에게까지 들려올 정도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작금의 상황은 한마디로, 전통의 하드웨어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치이고 당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소프트웨어가 주도권을 잡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변화에 부응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가장 빠른 수단이 바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그림 참고).




우리가 설치해 사용하는 완성 프로그램은 게임과 워드프로세서 일부 그리고 백신을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거의 전량 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요즘 들어 새로 소개되는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는 거의 외국계 서비스들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는 일반 사용자 대상의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대부분 SI(System Integration)가 전문이다. SI는 인건비 비중이 큰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고용효과는 큰 반면, 부가가치 창출은낮다. 뭔가 개발되고 나면 재사용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몇 사람이 몇 달 투입되느냐로 개발비를 다시 산정한다.
SI의 특징은 노하우라는 게 개발 툴에서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꼭 그만큼의 생산성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장비의 성능도 좋아지고 가격은 내려가서 성능을 끌어올릴 고급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림 2. 컴퓨터 성능의 최대 병목구간이던 저장장치를 메모리로 대체한다는 것이 SSD를 통해 본격 현실화 됐다. SSD의 등장은 그동안 이슈가 됐던 수많은 최적화 기술과 노하우의 중요성을 낮춰버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게다가 SI라는 것이 누군가의 의뢰가 있어야 이뤄지는 것이라 태생적으로 의 입장일 수 밖에 없다. 경력만큼 급여와 존중이 함께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로 밖에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전산화 직군 외에는 특별한 진로가 없기 때문에 요즘 대학의 컴퓨터공학과는 예전만큼 인기가 없다. 2학년 때 전공을 정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몇 년째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실력 있는 젊은이들은 게임업계로 간다.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은 SI를 위한 관리자와 늘 피곤한 표정의 젊은이들뿐이다. 전공 불문 몇 개월의 교육으로도 프로젝트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에너지가 바닥나 도태되는 사람들의 빈자리를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해서 채우고 있다. ‘IT 사관학교라고 강조하던 한 대학의 광고 카피는 언제부터인가 공무원 사관학교로 바뀌어버렸다.


부동산 거품과 아이디어 거품은 달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의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나왔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벤치마킹하기 급급했던 것이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MP3 플레이어, 소셜 네트워크, 인터넷 방송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상용화 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 났길래 괜찮은 개발자들은 종적을 감추었고 소프트웨어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단 말일까?

2000년대 초,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대중은 어디를 가려워할지, 어떤 것을 좋아할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와 실행력에 대해 높은 가격을 매겨주던 시절이었다. 얼마 안 있어 닷컴 거품이 급격히 꺼지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엑소더스가 일어난다. 그 즈음부터 아이디어란 쫄딱 망하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것이라는 트라우마가 생겨났다. 수십수백 억원이 될 줄 알았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는 대상은 다르지만 정확히 그 10년 전에 있었던 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도 비슷하다. 80년대 세계 최강국의 될 것 같이 기세 좋던 일본은 그때부터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녀석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고 차츰 세계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의 우리 소프트웨어의 위기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특별히 어떤 시스템이 잘 못되었다기보다도 이 같은 커다란 사건과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이렇게 흘러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일련의 사태를 먼 산 바라보듯 관망하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우리나라 산업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여타 장치산업에 비해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휴대전화만 해도 대표적 수출 효자 산업인데다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효과도 크다.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는 한 세트
요즘 같은 초고도화 정보통신사회에서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는 한 세트이다. 아이디어에 적절한 가격이 매겨진다면, 그만큼 새롭고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나올 것이다. 시스템이 도와 줄 수 있는 것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강력한 보호일 것이다. 아이디어를 지적재산권화해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대부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발자 개개인도 지적 재산권 보호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 침해 당했을 때 적극 대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이 강화되면서 수익배분에 대한 체계가 갖춰지면서 몇 년 새 음악가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고, 그들의 음악이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소프트웨어의 위기가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애매한 위치에 있던 자체 운영체제를 집중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시장에서 성공여부를 떠나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계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아이폰 덕에 프로그래밍 서적이 대형 서점의 목 좋은 가판대에 다시 진열되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공급에 비해 늘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는 현업 개발자 개개인들에게는 큰 호재이다.




<출처: HIS advantage 2011, Autumn>

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여야 하나

IT 산업계의 빅뉴스가 속속 터지면서 국내 고유 OS 확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이슈가 플랫폼을 넘어‘생태계 조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염두에 둔다면, 공개소스 개발 방식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개소스 개발은 커뮤니티에 의한 개발과 검증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이다.



정확하게 20년 전, 핀란드의 한 젊은이가‘그냥 취미로’운영체제를 만들었다. 이 운영체제는
다음 날부터 뉴스그룹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고, 10여 년 후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하드웨
어·반도체 회사들이 모두 그 운영체제를 적극 지원한다고 나섰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
계의 서버 가운데 60% 이상, 전 세계 스마트폰의 50% 정도가 이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리눅스이다.

리눅스의 성공 배경은…
리누스 토발즈가 20년 전 처음 만들어 공개했던 리눅스는 이제 서버와 슈퍼컴퓨터, 모바일
시스템 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양 끝단에서도 리눅스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리눅스의 기적적인 발전과 성공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로서,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그 안에 담고자 했던 수많은 자원 개발자들의 기여, 리눅스를 사업에 활용하는 많은 기업들의 지원, 그리고 더 많은 기능과 혁신을 끊임없이 요구했던 사용자들이 있었기때문이다. 새로운 커널이 릴리즈 되기까지는 100개 이상의 회사에서 10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기여했으며, 리눅스 커널을 개발하는 커뮤니티 크기는 해마다 10%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리눅스 재단은 2008년 리눅스 커널의 가치를 14억 달러 정도로 평가했으며, 레드햇의 Fedora 9 배포판을 기준으로 할 때, 리눅스 플랫폼 전체를 처음부터 만든다면 108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Fedora 9는 무려 2억 450만 라인의 소스로 구성됐으며, 71만 맨먼스(Man-Month)를 소요해야 개발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1).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의 힘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는 어떤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론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문화 현상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음악·미술·문학이 모든 인간에게 위로와 감동·환희를 주며, 그것이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는 개발자와 사용자 커뮤니티에 의해 이루어지는 개발과 리뷰·시험·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품질이 개선되고, 널리 배포됨으로써 정보통신 산업뿐만 아니라 전 융합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의 의미는 백과사전 만들기와 비교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카르타’(2)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만들었던 디지털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이다. 이 사전은 6만 2000개의 주제와 관련된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여러 언어로 발매됐다. 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심혈을 기울인 사업의 결과물이지만, 백과사전을 이루는 다양한 지식을 한 회사가 관련 전문가들을 고용해 수집하고 내용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기에 이른다.


반면, 위키디피아(3)는 2001년에 지미 웨일즈와 래리 생어에 의해 만들어진 온라인 백과사전
으로 1900만 개(영어 기준으로 370만 개)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주제들에 대한 내용은 전 세계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유지된다. 2011년 7월 기준으로 약 9만 명의 적극적인 자원봉사자들이 282개 언어로 백과사전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확대해 나간다. 위키디피아의 문서들은 기본적으로 CC(Creative Commons) 라이선스돼 누구나 보고 인용하고 수정할 수 있다(기본적으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Share-Alike(CC-BY-SA 3.0) 라이선스가 적용되며, 대부분의 자료는 GFDL(GNU Free
Document License) 라이선스도 동시에 적용된다. 위키디피아의 사진, 영상 등은 각각 다양한 라이선스를 가진다).

저비용으로 표준 기술을 수용하는 방법
위 예에서, 엔카르타는 소스가 공개되지 않은사적 소프트웨어에, 위키디피아는 공개소스 소
프트웨어에 비유할 수 있다. 성공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들은 집단지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소스가 리뷰·검증됨으로써 사적 소프트웨어에 비해 높은 성능은 물론, 신뢰성과 보안성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국내에서는 2009년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특정 업체의 기술에 의존하는 정부와 금융 서비
스가 문제가 되고, 공개 표준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는 공개 표준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표준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현재도 IT 제조업의 선도국가로서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디지털 TV, 셋톱박스 등 많은 제품에
리눅스를 비롯한 많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도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6)를 구축해 전자정부 응용 소프트웨어 구현의 생산성을 높이고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표준 프레임워크는 민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외산 유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소요되던 서비스 구축 비용의 대부분을 기술 지원 부문으로 돌림으로써, 국내 IT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생태계 형성’에 주목하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플랫폼을 만든 구글이 얼마 전‘모토로라 모빌리티’인수를 발표했다.
이 사실이 기사화될 때, 국내에서는 다음 두 가지 포인트가 뉴스의 핵심이었다. 첫째는 그간 공개소스를 표방해왔던 구글이 제조사를 인수함으로써 공개소스 정책에 대한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측면이고, 둘째는 국산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필요성에 관한 측면이다.

첫 번째 측면을 먼저 살펴보자. 현재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서 안드로이드의 가치는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와 그 하부를 이루는 리눅스 커널의 소스를 볼 수 있는 많은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구현된 내용을 검증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과, 그렇게 만들어진 플랫폼을 여러 제조사들이 실제 스마트폰에 적용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즉, 안드로이드의 가치는 스마트폰 플랫폼의 개발·제조사들의 활용, 개인 또는 기업 개발자
들에 의한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 마켓에 의한 유통을 아우르는 큰 규모의 생태계가 구성돼 이룩된 것이다.

이런 생태계는 공개소스 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것이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구글이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선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측면은 독자적인 국산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많은 전문가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국산 모바일 플랫폼 개발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 같다. 독자적인 플랫폼 추진 또는 반대에는 나름대로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반대하는 이유의 핵심 또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

모바일 플랫폼에는 공개소스가 아닌 애플의 iOS와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 인텔과 노키아가 주도하지만 장래가 불투명한 Meego(4), 아직은 SDK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리모 재단의 Limo(5)까지 여러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모바일 플랫폼이 존재한다. 현재 상황을 미루어볼 때, 이미 안드로이드가확고한 시장 주도적 위치에 올라, 다른 공개소스 모바일 플랫폼이나 전혀 새로운 플랫폼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공개소스 플랫폼인 Meego와 Limo가 모바일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공개소스 솔루션들을 거의 모두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은 이 글 앞머리의 리눅스 가치 논의에서처럼 천문학적 비용과 노력·기간이 소요돼 현실성이 없으며, 커뮤니티에서 장기간에 걸쳐 완성된 공개소스 기반 플랫폼에 비해 기술적 혁신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 자동차와 같은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국가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에도 개발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개소스 개발방식이 품질과 성능·보안성을 담보하고, 새로운 기능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들의 요구가 빠른 시간 내에 수용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지원 방향
IT, 소프트웨어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한 지원,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활용을 위한 지원, 개발 및 활용 인력양성을 위한 지원, 그리고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 활동에는 정부, 기업, 교육계 각자의 몫이 있다.현대적인 시장질서 하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창출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공공사업에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활용을 권장하고,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6)와 같은 기술적 지원 활동, OLC 사업(7)과
같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기술 교육 사업 등이 가능하다.우리 IT 관련 기업들도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의 활용에 따른 이득의 일부를 커뮤니티에 환원함으로써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다시 그를 통해 개선된 결과를 자신의 제품 혁신에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 자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공개소스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필요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공개소스 방식으로 주도함으로써 기여도 하고 가장 유리한 입장에서
그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다. 기업들은 문화 현상으로서의 공개소스 활동이 결국 소프트웨어적 창의성에 기여한다고 할 때, 문화·예술 활동에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처럼, 우선 자사와 관련이 있는 부분에서부터라도, 외부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공개소스 커뮤니티 활동에 세미나 공간이나 간식을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도 좋다.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 역시 특정 회사의 비공개소스 교육도구 의존성을 낮추고, 공개소스를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양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 즉 공개소스 운영체제와 도구를 이용한 교육을 하고, 캡스톤 디자인 등의 과정을 공개소스 방식으로 진행해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및 커뮤니티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학생들이 교육 과정에서 행하는 활동과 개발 결과물을 통해 커뮤니티에 기여하도록 함으로써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이 되도록 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또 커뮤니티 활동 경험과 기여는 학생들의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정부지원에 의한 R&D 가운데 가능한 것들을 공개소스 개발 방식으로 진행해, 연구의 전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R&D 결과의 활용성을 넓히는 방법도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외 기업 및 공공기관 등에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도화해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원의 재활용, 결과물의 보급이 용이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적지 않은 국가 R&D 결과물이 그 성공여부를 떠나, 잘 활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 국가 R&D에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거버넌스의 적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가 R&D 결과물
의 활용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문제가 따르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과제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개소스 개발 방식의 이득 평가,
기존 공개소스 솔루션에 대한 성숙도 평가, 기존 소스 활용, 프로젝트 관리·운영·결과의 공개
등을 체계적 관리·운영하기 위한 지침과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 거버넌스 적용이 필요하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는 IT 제조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IT 및 융합 산업에 아주 중요한 기초
자산으로 활용돼야 한다. 또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는 단기적으로 우리가 창의성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 및 콘텐츠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최근의 국산 소프트웨어 플랫폼 논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핵심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 지원과 교육 환경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 글 이민석 한성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출처: www.kait.or.kr, 이음n울림 2011년 9-10월호>